태백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석탄이 발견된 곳이다. 석탄이 발견되면서부터 사람이 마을의 형태를 갖춰 살기 시작했다. ‘검은 황금’ 석탄이 전성기를 누리던 60~70년대를 지나, 1981년에는 인구가 10만 명을 넘기며 태백시로 승격되기도 했다.
한 도시를 먹여 살리던 산업이 사라지면, 신기루처럼 도시의 모습도 흐릿하게 사라져 간다. 50여 개에 달하던 탄광이 '장성광업소'를 끝으로 문을 모두 닫은 지금, 태백의 인구는 약 3만 5천 명.
태백 장성동 안에는 곳곳에 광부의 삶이 여전히 녹아있다 ⓒ 비커넥트랩
석탄이 개발되며 사람이 살기 시작한 태백. 광부의 삶에 최적화된 집, 광부 월급날에 맞춘 외상으로 굴러가던 가게들, 광부의 죽음에 함께 숙연해지던 마을. 석탄을 캐던 탄광이 없어진다는 건, 삶을 지탱하던 중심축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선고였다.
석탄과 광부의 삶을 심장 삼아 돌아가던 태백을 떠나는 사람이 줄을 잇는 가운데, 태백으로 돌아와 새로운 태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도에는 없는 마을, 태백 장성 '탄탄마을'로 모여든 사람들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하장설 1길 4. 태백의 장성동에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탄탄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11명 내외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엔 이번 여름방학을 끝으로 폐교한 태백중학교를 '제1회 로컬디자인페어 - 자유영토'라는 이름으로 달군 주인공들이다. 작년에는 비엔날레 날땅이라는 이름으로 장성의 곳곳에 순수예술 작가들이 스며들어 전시를 펼치기도 했다.
태백 장성은 광산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던 곳이에요. 그리고 광산은 목숨을 걸고 일하는 곳이죠. 100년의 광산문화가 견고한 만큼, 자유로운 자기표현과는 지극히 거리가 먼 정서가 있어요.
시작은 2017년. 벌써 8년이 다되어간다. 지금의 탄탄마을을 이끄는 김신애 대표가 고향인 태백으로 돌아오며 시작되었다. 텔레비전 채널도 얼마 되지 않았던, 배우고 싶었던 그림은 멀기만 했던. 그래서 지독히 벗어나고 싶던 태백에 제 발로 돌아오게 만든 건 도시가 만든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감정에 대한 갈증이었다. 그렇게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끼리 손을 잡았다.
자본과 기술을 쫓아 도시로 갔던 탄탄마을 김신애 대표,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삶을 찾아 다시 제 발로 태백에 왔다 ⓒ 비커넥트랩
할 줄 아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쌓으니 탄광이 있던 자리에 비엔날레와 로컬디자인페어가 스며들었다
탄광이 사라져 가는 마을에서 할 줄 아는 것들을 동원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2018년 태백시와 협력하여 개관한 '기억을 모으는 미술관-아트티'부터 최초의 광부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허물기 전 꽃상여를 꾸며 장성동 주민들과 함께 장례식을 치렀다.
화광아파트는 1978년도에 지어진 최초의 광부아파트로 연탄보일러, 세대별 재래식 화장실로 구성되었다 (탄탄마을제공)
청년들과 함께 자기표현을 삶에 녹인 실험 '광광프로듀스', 무형의 도서관을 표방한 '얼라이브러리' 도서출판, 광산문화예술축제 '광공제', 개간되지 않은 땅이란 주제로 순수예술가들이 모인 '날땅 비엔날레'와 스핀오프 청소년 아트 워크숍, 로컬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의 축제 '로컬 디자인 페어'와 디자이너 해커톤까지.
탄광 밖에 없던 곳에서 쉼 없이 달려온 8년이었다.
고정된 공간 없이 마을 전체를 공간 삼아 진행된 제1회 날땅 비엔날레 (탄탄마을제공)
마을 주민들을 생각에 잠기게 한 기비안 작가의 <나의 허파 꽈리> 작품. 폐포를 소리와 빛으로 표현했다.
켜켜이 쌓인 탄탄마을의 활동은 기어이 사람들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 마른 줄만 알았던 마음에서 눈물을 길어 올렸다.
날땅 비엔날레를 찾은 마을 사람들은 폐포를 소리와 빛으로 표현한 작품 앞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한참 눈물을 훔치곤 했다. 광부는 숙명처럼 평생 석탄 가루와 싸우고 진폐증이라는 노동질환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탄탄마을의 일원인 박상아 코디네이터도 비엔날레를 마치고는 삶을 토하듯 엉엉 울었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 운동선수가 흘리는 눈물과도 같았다고 한다. 한계를 지나치며 무수히 마주했을 내 속의 수 없는 내 모습들. 수없는 자기 발견의 끝에는 성장한 스스로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울리는 법이니까.
폐교된 태백중학교 본관에서 로컬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이 모여든 제1회 로컬 디자인 페어 자유영토 (탄탄마을제공)
그런가 하면, 로컬 디자인 페어는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태백으로 활짝 열게 만들었다. 오픈 전날까지도 부족한 일손을 모아가며 새벽을 꼬박 새워 단장한 덕분일까. 참여했던 디자이너들이 태백에 대한 기억과 이번 경험이 참 좋았다며, 다시 불러달라는 소감들을 전해온 것. 부족함만 크게 보였던 마음 너머로, 기획자로서의 본분을 다 한 것 같다는 기분이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광산은 우리의 정체성, 그래서 라키비움을 꿈꾼다
탄탄마을의 다음 목표는 라키비움이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을 동시에 가진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으레 라키비움이라고 하면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은 미래지향적인 건물의 모습을 떠올리기 일쑤지만, 탄탄마을이 꿈꾸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태백 장성동이라는 광부들의 삶이 녹아있는 마을 전체를 살아있는 라키비움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들이 그리는 라키비움은 작가들의 책과 작품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두고 갈 수 있는 곳, 더 나아가 문화예술과 기록을 매개로 자신이 주인공이 된 자신의 삶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을 꿈꾼다. 그것이 고통일지 희열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기표현의 자유를 통해 자신을 직접 마주해 보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더 많은 자기표현과 더 많은 자기 마주침이 마을이 살아갈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 거기까지 더 건강하게 달리고 싶어요.
빛나는 비전의 크기만큼, 탄탄마을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아티스트를 위한 숙소와 작업실을 비롯한 하드웨어 마련부터, 협업자가 아닌 오랜 시간 함께 달릴 수 있는 동반자를 구하는 것, 마을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와 공감대를 더 깊게 새겨가는 것. 그렇게 오늘도 산업이 사라지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려는 마을을 붙잡는 이들의 손길이 바쁜 이유다.
비커넥트랩이 강원도 태백시 장성에 위치한 청년마을 '탄탄마을'과 함께, 태백 로컬 디자인 페어 참여 과정을 준비하는 '아웃바운더' 2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아웃바운더'는 외국보다 멀게 느껴지는 '로컬'에 대한 막연함을 해소하고, 참가자가 직접 지역을 탐색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과 상생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사항을 주도적으로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1기는 도시라는 틀 밖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을 탐색하자는 취지로 진행했으며, 총 20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명이 각각 횡성과 대전으로 이주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번 2기는 6월 24일부터 총 3주간 태백 지역을 주제로 문화·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1주차에는 ▲태백에서 찾는 영감 ▲1박 2일 태백 필드트립 과정으로서, 로컬 디자인 페어 준비를 위한 지역자원 조사 및 지역 인물과 관계 맺기 등이 진행된다. 2주차는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로컬 디자인 페어 기획 과정으로 구성되며, 3주차는 ▲ 로컬 디자인 페어 준비 과정으로 참가자들에게 태백에 1주일 동안 머무르며 현장에서 기획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본 과정은 무료로 진행되며, 수료자에게는 8월 태백 로컬 디자인 페어에 객원 아티스트로 참여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1팀당 1개의 부스 공간을 지원하며, 최대 50만 원의 작품 활동비도 지원된다. 또한 아웃바운더 2기 수료증과 함께 향후 아웃바운더 수료자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여 협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커넥트랩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자면) 로컬 각각에 맞는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비커넥트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당연히 이와 닿아있다. 무한한 팽창과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를 외치는 기존의 경제 성장 방식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에 잠겼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과연 기존의 경제성장 방식으로 로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로컬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성장 방식이 필요하다'였다. 그리고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각 지역에 맞는 독립적인 수익모델과 경영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당연히 로컬의 주체인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의 유형무형의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비커넥트랩이 이야기하는 '하이퍼 로컬 디벨로퍼'가 바로 이 개념이다. 아주 작은 단위의 로컬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그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그 지역에 최적화된 수익모델을 통해 지역을 경영하는 것. 우리는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이다.
같은 믿음으로
해외에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일구어내는
캠프아시아를 만나다!
캠프아시아는 사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해외에 우리나라의 지원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자랑스러운 이름, 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하 코이카)의 든든한 파트너이기도!
캠프아시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자리, 교육, 보건, 농업, 에너지 및 친환경 사업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국제개발협력 NGO>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 비커넥트랩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이미 수많은 길을 걸어온 해외의 선배 같은 셈.
그러다 비커넥트랩이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의 해외탐방 과정을 함께 하게 되었고, 거기서 운명처럼 캠프아시아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가장 중요하다 믿는 것은 커뮤니티로부터, 커뮤니티와 함께, 커뮤니티를 위해랍니다. (From-With-For the community) 외부 지원이 다 사라져도, 혼자서도 계속 나갈 수 있는 중심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캠프아시아 이철용 대표의 말 중에서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국경을 넘어선
'로컬의 지속가능성'
이미 필리핀의 다바오 지역에서 민다나오 개발청과 USM(university of Southern Mindanao, 서던민다나오대학) 그리고 80인의 농부를 모아서 지속가능한 두리안 농장을 일궈내고 있는 사례를 알고 있었고, 이번 탐방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절로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함께 하지 않을 이유를 더 찾기 어려운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 상호업무협약을 맺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상호업무협약이나 MOU 같은 공식적인 말로는 다 표현 못할 마음이었다. 끈끈하고 듬직한 파트너가 생겼다고 표현하면 더 정확할 것!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다바오 탐방 마지막 날, 상호업무협약을 맺고 있는 캠프아시아 이철용 대표와 비커넥트랩 정홍래 대표 ⓒ 비커넥트랩
앞으로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는 국제협력을 통해서 지역발전을 이뤄낸 사례를 알리고, 또 연구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지지와 협업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차근히 함께 해나갈 예정이다.
그저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그곳에 필요하다면 병원과 의료진료시스템을 만들고, 봉제공장을 세우고 코로나가 닥쳤을 때는 방호용품을 직접 만들어 팔고, 달걀 2천 개를 팔기 위해 직접 집집마다 방문판매부터 하는 캠프아시아. (그 달걀이 반응이 좋아서 이제는 ORGA라는 유기농 매장까지 운영한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하는 캠프아시아임을 알기에.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가 함께 만들어갈 수많은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우리의 진심을 담아) 기대해 본다.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가 함께 만들어갈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이 될 MOU 순간을 기념하며 ⓒ 비커넥트랩
언제나 살면서 제일 걱정되는 건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본능과 닮은 염려와 걱정이다. 그러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보물이 무한리필되는 화수분 같은 환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요즘 말로는 '지속가능성'.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도 가르지 않았던가.
건강한 의미로 정말로 먹고사는 걱정이 없다는 건, 돈 걱정도 할 일도 없이 그저 빈둥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의미와 보람이 있는 노동과 적당한 풍요로움이 굳건하게 유지되는 것일 테다.
필리핀의 황금알,
열대과일을 낳던 거위는...
과일로 유명한 필리핀. 그중에서도 필리핀의 과일바구니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필리핀을 이루는 3개의 섬 중 하나인 민다나오섬의 '다바오', 필리핀 과일의 대부분은 다바오에서 난다.(우리나라 귤의 대부분이 제주도에서 나는 것처럼).
다바오는 적도에 놓여있어 햇볕이 엄청난데, 특히 두리안과 카카오가 잘 자란다. 열대과일은 환경만 맞으면 쑥쑥 자라는 거 아닌가 싶지만, 상황을 들여다보면 다바오 농부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도에 걸쳐진 민다나오. 저절로 과일이 쑥쑥 자라 열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 비커넥트랩
다바오의 자랑 두리안. 다양한 품종이 존재하고 맛과 향도 조금씩 다르다 ⓒ 비커넥트랩
두리안을 가장 많이 수입해 가는 중국이 선호하는 두리안의 품종, '(두리안계의 에르메스라는) 무상킹'의 재배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큰 손의 요구는 언제나 그렇듯 맞서기 어렵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무상킹은 다바오의 토양에 맞지 않아 잘 자라지 않는데 농사를 망친 후 중국 거래처에게 호소를 해봐도 수익은 없는 채로 끝나게 된다는 점이다.
농부들은 잘 자라란 마음을 담아 질소비료를 계속 부어대지만, 땅이 안 맞는 것이 문제. 비싼 값에 팔린다는 무상킹 두리안에 기별이 있을 리 없다.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난 농부들은 먹고사는 걱정으로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다나오 개발청과
국제개발협력기구,
토양전문교수가 힘을 합치다
울상이던 농부들에게 '두고두고 먹고사는 걱정 없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라고 손 내미는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 필리핀의 공공법으로 민다나오의 사회경제 개발을 위한 법안이 마련된 것. 이는 사회적 경제* 활동을 위한 민다나오 개발청의 본격 활동을 알리는 시작이 되었다.
* 사회적 경제라는 건 (쉽게 설명하면) 사회구성원들끼리 힘을 모아 사회적인 문제도 먹고사는 문제도 같이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단순 반복작업이 많아 기피하는 일자리에 노인고용을 통해 일도 진행시키고 노인 빈곤문제도 해결하는 식이다. 따듯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방식!
본격적인 변화는 2022년에서야 일어났는데, 그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캠프아시아'와 '닥터멜(Dr. Mel Chrisel A. Sales, 이하 멜박사님)'이 있다. 놀랍게도 캠프아시아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민간조직! 멜박사님은 필리핀의 열정 넘치는 농업교수님으로, USM(university of Southern Mindanao, 서던민다나오대학)의 농업연구개발센터를 이끄는 분이다.
민다나오 개발청 - USM - 캠프아시아가 지속가능한 두리안 농업을 위해 맺은 업무협약 현장 ⓒ USM 홈페이지
그리고 그곳에
80명의 농부가 있었다
캠프아시아는 이 미래의 주역이 될 마을 사람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땅을 가진 농부들의 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앞으로 살아갈 땅의 미래를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미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이야기부터 나누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망가진 토양을 되살리는 것, 그리고 미래를 함께 바꿔나갈 농부를 모으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야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고. (낯선 이가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리며, 같이 미래를 바꿔보자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진심이 통했을까. 기적처럼 무려 80명의 농부가 지속가능한 두리안 농장을 만들어보고자 합류했다.
질소비료로 망가진 땅과 야속하리만큼 자라지 못하는 무상킹 두리안이 안긴 타격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민다나오 개발청과 캠프아시아, 닥터멜 그리고 80명의 농부를 똘똘 뭉치게 했다.
무조건 쉬운 방법일 것!
물, 꿀, 우유
그리고 버려진 코코넛 껍질
이 마음에 응답하기 위해 민다나오 개발청의 지원 아래 멜박사님과 USM 농업연구개발센터의 식구들은 온 마음을 다해 실험농장을 일구었다. 먼저 실험농장을 바둑판처럼 나누고, 어떤 땅에서 어떤 조건일 때 어떤 과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고 수확하기 좋은 경우의 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바둑판처럼 구획을 나눠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땅과 수확량을 모두 지켜내는 방법을 연구 중인 실험농장 ⓒ 비커넥트랩
1년 만에 극적인 성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리안의 수확량 자체가 달라진 것. 이런 변화를 만든 방법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너무나도 쉽고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재료는 물, 우유, 꿀 그리고 코코넛껍질. 모두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고, 심지어 코코넛껍질은 필리핀 정부의 크나 큰 골칫거리란 사실!
멜박사님은 두리안 나무의 뿌리는 아래가 아닌 옆으로 자라는 점만 이해하면 이해가 쉽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 주변으로 크게 원을 그리고, 땅의 영양도 수분도 나무 밑동이 아닌 원 안의 땅 표면에 골고루 유지시키는 것이 핵심.
코코넛껍질로 두리안 나무의 뿌리 끝을 보호해 주는 것만으로도 수확량은 달라진다는 사실! ⓒ 비커넥트랩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코코넛껍질인데, 코코넛껍질을 엎어 동글동글하게 뿌리 끝쪽에 덮어주면 물을 더 주지 않아도 흙이 촉촉하게 유지된다는 것. 정말 너무 간단해서 놀라울 정도!
이렇게 두리안 나무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 주면, 다음은 피어난 꽃들이 열매로 맺힐 수 있도록 할 차례. 물과 우유와 꿀을 섞어 발효시킨 액체를 나무에 골고루 뿌려주면, 나머지는 벌들의 몫이다.
농약을 뿌리는 것보다, 물-우유-꿀을 섞어 고루 뿌려 벌들이 열심히 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두리안 열매는 저절로 주렁주렁 몇 배나 열린다.
이렇게 민다나오 개발청, USM, 캠프아시아, 민다나오의 80인의 농부들이 함께 하기로 한 '민다나오 두리안 농가 토양 채집 및 분석, 천연 비료를 위한 연구 활동 및 기술제공'이라는 약속(업무협약)은 빠르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맺어가고 있다.
USM 농업연구개발센터의 토양샘플. 80인의 농부는 1주일마다 흙, 잎, 열매 등을 채취하고 센터는 이를 분석하고 데이터화한다 ⓒ 비커넥트랩
가장 기쁜 건 건강하게 자라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두리안을 보고, '같이 해보고 싶다'라고 찾아오는 것. 농약과 비료 없이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일상적인 재료만으로 참여 농가의 수익이 올라간 것이 입소문을 탄 것. 정직하고 쉬운 방법이 만든 기쁜 결과다.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지역 발전 모델을 일구어낸 과정을 설명하는 캠프아시아 이철용 대표 ⓒ 비커넥트랩
캠프아시아의 이철용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하다 믿는 것은 커뮤니티로부터, 커뮤니티와 함께, 커뮤니티를 위해랍니다. (From-With-For the community) 외부 지원이 다 사라져도, 혼자서도 계속 나갈 수 있는 중심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에요."
앞으로 몇 명의 농부가 이 여정에 합류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마을은 환상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삶을 다 바꿀 정도의 혁신은 작게 시작해서 동심원처럼 번져가는 법. 다바오의 100명, 200명...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란다.
5도2촌. 러스틱 라이프. 한달살기. 로컬 브이로그.... 도시의 삶이 고단하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들. 이렇게만 보면 로컬은 꽤 핫한 트렌드인 것 같지만 실제로 로컬로 훌쩍 떠나보는 삶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로컬이 해외의 어떤 도시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의 거리 때문이다.
로컬로 이주를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을까? 온라인커머스MD이자 워킹맘으로 살던 허유정님은 이 과정을 자기 확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사회생활 10년차의 번아웃과 새로운 도전이 부담스러웠던 그녀는 어떻게 횡성으로 떠날 수 있었는지 만나봤다.
8시 출근, 5시 퇴근,
다시 육아맘으로 출근하던 삶
허유정님이 횡성으로 이주를 결정했던 건 서울에서 사회생활 10년차에 접어들던 때였다. 온라인커머스MD로 농식품 판로지원사업을 5년간 진행했던 그녀. 정확히 말하자면 산지에서 제철 농수산물을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가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옥천 복숭아 라이브커머스 판매 현장
출산 3주전에도 옥천에서 복숭아를 팔고있을 정도로 워커홀릭이었던 그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는게 성취이자 만족인 그런 삶은 아이를 낳고는 소싱한 상품을 완판시키고, 아이 또한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행복했던 워킹맘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스스로를 돌아보니, 아이를 낳기 전처럼 일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어요. '8시 출근-5시 퇴근-육아맘 복귀' 결과는 당연히 번아웃이었어요.
번아웃이 온 엄마,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아이
허유정님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번아웃이 온 엄마와 건강이 약해진 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는 코로나를 한 번 앓고나더니 호흡기가 약해져,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이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심하면 항생제 없이 생활이 힘들었다.
그녀에게도 안식처가 있었으니, 바로 KTX만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횡성. 시댁이 있는 횡성의 맑은 공기에 아이는 거짓말처럼 하루만에 약이 필요없을 정도로 나았다. 결국 이주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먹었어도 이주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른 채 막막한 시간만 흘렀다.
번아웃이 온 엄마와 공기청정기와 항생제가 필요했던 아이를 안아준 횡성
그때 우연히 알고리즘 덕분에(?)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바로 지원! 그리고 그 선택은 작년에 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라고 그녀는 두고 두고 말했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는
아웃바운더가 되기로 결심하다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통해 횡성으로의 삶을 결심한 배경을 물으니, 한마디로 '자기확신'이란다. 프로그램 중 연사로 만난 젊은협업농장의 정민철 이사님의 한마디가 감명을 주었다고. 로컬에서의 안착에 실패하게 된다해도 그 과정이 '나만의 커리어이자,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공부와 경험이다'라는 말이 그것.
또 삶의 방향성은 같으면서도 직업과 상황이 다양한 사람들과 계획을 발표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며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성장공유회가 기억에 남아요. 아웃바운더는 성장공유회 때 지인을 무료로 초대할 수 있는데, 저는 로컬 이주에 부정적이던 남편을 초대했어요. 남편 앞인데다가, 제 성장 발표 순서는 맨 처음. 굉장히 떨렸지만 그 자리를 통해 남편도 아웃바운더가 되었어요. 혼자 꿈꾸던 이주를 이제는 배우자와 함께 하게 되었구요.
아웃바운더 1기에 합류하며 생긴 다른 변화는 바로 '자신감'. 사회생활 10년차, 무언가 도전하는게 두렵기도 하고 주말 중 하루를 온전히 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게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고 프로그램 내에서 '최고성장상'까지 수상했다.
잊지못할 아웃바운더 성장공유회날!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이제는 아웃바운더가 된 남편과 기념촬영
그렇게 시작된 7도7촌
서울과 횡성을 오가는 삶
지금은 횡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계획으로 7도 7촌의 삶을 지내고 있다는 그녀. 아웃바운더 과제 중 하나인 현장탐방을 위해 원래 업무로 알고지내던 지인의 추천과 소개로 횡성의 공무원분을 미리 만난 것이 도움이 컸다고 한다. 횡성에서 취직하면 좋을만한 회사를 추천받기도 하고, 지역주민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질적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그렇지만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4박5일로 찾던 횡성과 이주를 위해 찾은 횡성은 장단점이 명확히 달랐다. 고령화가 빠르고 아이의 또래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것. 자주가던 지역 내 카페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며, 횡성에는 자녀 교육에 많은 혜택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래도 안심이 좀 되었다.
어른이야 적응하면 되지만, 내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까 불안감이 컸어요. 그러나 그 불안함의 답 역시 서울에서는 찾을 수 없단 걸 알기에, 미래까지 걱정하기보다는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운전면허 따기! 그녀의 시댁이 있는 청일면은 횡성에서도 외진 곳으로, 마을버스가 하루 3번에 오고 배달음식도 기대할 수 없는 곳. 하지만 도시의 편리함이 차지하던 자리를 비우니,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고 마음의 여유가 자리잡힘을 느껴가는 요즘이 행복하다 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중이다. 오후면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중이다. 오후면 게이트볼장에 아이와 나가서 동네 할아버지들과 공도 치고,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온 딸기를 함께 나눠먹기도 하는 일상. 길을 지나다 마주치는 모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와 함께 들르는 가게마다 뭐라도 하나 더 얹어주는 인심을 느끼는 순간들.
그리고 지금은 길가의 트랙터와 지게차가 놀이터가 되고, 여느 교육보다 자연과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이 삶이 아이에게도 사회를 배우는 진짜 교육임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란다.
육아 때문에 힘들었지만,
육아 덕분에 가능한 삶을 찾다
그녀는 횡성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렸다. 횡성의 삶은 아이를 키우는 허유정님에게 정말 필요한 마을 그 자체였기 때문. 하지만 하나 둘 없어져가는 학교를 보며 이제는 한 마을을 키우려면 온 아이가 필요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단다.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부모들이 하나 둘 모여 아이도 함께 키우고 마을도 함께 육성한다면?' 요즘 제가 매일 하는 생각이에요.
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만큼, 어떻게 살아갈지 '삶의 지향점'이 명확해야 삶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예전엔 육아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지금은 육아 덕분에 가능한 삶을 꿈꾸며 함께 행복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내 일(Job)과 내일(Tomorrow)을 기획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꼭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해야지만 의미가 있는 인생은 아니잖아요? 팍팍한 서울살이를 하다보면 집도 사야할 것 같고 뒤쳐지면 어쩌나 불안하기 일쑤잖아요. 저처럼 로컬라이프를 꿈꾸는 워킹맘께는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어요.
한 지역을 먹여 살리던
산업이 사라지면,
신기루처럼 지역도 사라져 간다
태백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석탄이 발견된 곳이다. 석탄이 발견되면서부터 사람이 마을의 형태를 갖춰 살기 시작했다. ‘검은 황금’ 석탄이 전성기를 누리던 60~70년대를 지나, 1981년에는 인구가 10만 명을 넘기며 태백시로 승격되기도 했다.
한 도시를 먹여 살리던 산업이 사라지면, 신기루처럼 도시의 모습도 흐릿하게 사라져 간다. 50여 개에 달하던 탄광이 '장성광업소'를 끝으로 문을 모두 닫은 지금, 태백의 인구는 약 3만 5천 명.
석탄이 개발되며 사람이 살기 시작한 태백. 광부의 삶에 최적화된 집, 광부 월급날에 맞춘 외상으로 굴러가던 가게들, 광부의 죽음에 함께 숙연해지던 마을. 석탄을 캐던 탄광이 없어진다는 건, 삶을 지탱하던 중심축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선고였다.
석탄과 광부의 삶을 심장 삼아 돌아가던 태백을 떠나는 사람이 줄을 잇는 가운데, 태백으로 돌아와 새로운 태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도에는 없는 마을,
태백 장성 '탄탄마을'로 모여든 사람들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하장설 1길 4. 태백의 장성동에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탄탄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11명 내외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엔 이번 여름방학을 끝으로 폐교한 태백중학교를 '제1회 로컬디자인페어 - 자유영토'라는 이름으로 달군 주인공들이다. 작년에는 비엔날레 날땅이라는 이름으로 장성의 곳곳에 순수예술 작가들이 스며들어 전시를 펼치기도 했다.
시작은 2017년. 벌써 8년이 다되어간다. 지금의 탄탄마을을 이끄는 김신애 대표가 고향인 태백으로 돌아오며 시작되었다. 텔레비전 채널도 얼마 되지 않았던, 배우고 싶었던 그림은 멀기만 했던. 그래서 지독히 벗어나고 싶던 태백에 제 발로 돌아오게 만든 건 도시가 만든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감정에 대한 갈증이었다. 그렇게 비슷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끼리 손을 잡았다.
할 줄 아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쌓으니
탄광이 있던 자리에
비엔날레와 로컬디자인페어가 스며들었다
탄광이 사라져 가는 마을에서 할 줄 아는 것들을 동원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2018년 태백시와 협력하여 개관한 '기억을 모으는 미술관-아트티'부터 최초의 광부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허물기 전 꽃상여를 꾸며 장성동 주민들과 함께 장례식을 치렀다.
청년들과 함께 자기표현을 삶에 녹인 실험 '광광프로듀스', 무형의 도서관을 표방한 '얼라이브러리' 도서출판, 광산문화예술축제 '광공제', 개간되지 않은 땅이란 주제로 순수예술가들이 모인 '날땅 비엔날레'와 스핀오프 청소년 아트 워크숍, 로컬을 표현하는 디자이너들의 축제 '로컬 디자인 페어'와 디자이너 해커톤까지.
탄광 밖에 없던 곳에서 쉼 없이 달려온 8년이었다.
날땅 비엔날레를 찾은 마을 사람들은 폐포를 소리와 빛으로 표현한 작품 앞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기곤 한참 눈물을 훔치곤 했다. 광부는 숙명처럼 평생 석탄 가루와 싸우고 진폐증이라는 노동질환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탄탄마을의 일원인 박상아 코디네이터도 비엔날레를 마치고는 삶을 토하듯 엉엉 울었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 운동선수가 흘리는 눈물과도 같았다고 한다. 한계를 지나치며 무수히 마주했을 내 속의 수 없는 내 모습들. 수없는 자기 발견의 끝에는 성장한 스스로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울리는 법이니까.
그런가 하면, 로컬 디자인 페어는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태백으로 활짝 열게 만들었다. 오픈 전날까지도 부족한 일손을 모아가며 새벽을 꼬박 새워 단장한 덕분일까. 참여했던 디자이너들이 태백에 대한 기억과 이번 경험이 참 좋았다며, 다시 불러달라는 소감들을 전해온 것. 부족함만 크게 보였던 마음 너머로, 기획자로서의 본분을 다 한 것 같다는 기분이 밀려들어왔다고 한다.
광산은 우리의 정체성,
그래서 라키비움을 꿈꾼다
탄탄마을의 다음 목표는 라키비움이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을 동시에 가진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으레 라키비움이라고 하면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은 미래지향적인 건물의 모습을 떠올리기 일쑤지만, 탄탄마을이 꿈꾸는 그림은 조금 다르다.
이들이 그리는 라키비움은 작가들의 책과 작품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두고 갈 수 있는 곳, 더 나아가 문화예술과 기록을 매개로 자신이 주인공이 된 자신의 삶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을 꿈꾼다. 그것이 고통일지 희열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기표현의 자유를 통해 자신을 직접 마주해 보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빛나는 비전의 크기만큼, 탄탄마을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아티스트를 위한 숙소와 작업실을 비롯한 하드웨어 마련부터, 협업자가 아닌 오랜 시간 함께 달릴 수 있는 동반자를 구하는 것, 마을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와 공감대를 더 깊게 새겨가는 것. 그렇게 오늘도 산업이 사라지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려는 마을을 붙잡는 이들의 손길이 바쁜 이유다.
원문보기 링크 : https://brunch.co.kr/@beeconnectlab/5
비커넥트랩이 강원도 태백시 장성에 위치한 청년마을 '탄탄마을'과 함께, 태백 로컬 디자인 페어 참여 과정을 준비하는 '아웃바운더' 2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아웃바운더'는 외국보다 멀게 느껴지는 '로컬'에 대한 막연함을 해소하고, 참가자가 직접 지역을 탐색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과 상생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사항을 주도적으로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1기는 도시라는 틀 밖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을 탐색하자는 취지로 진행했으며, 총 20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명이 각각 횡성과 대전으로 이주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번 2기는 6월 24일부터 총 3주간 태백 지역을 주제로 문화·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1주차에는 ▲태백에서 찾는 영감 ▲1박 2일 태백 필드트립 과정으로서, 로컬 디자인 페어 준비를 위한 지역자원 조사 및 지역 인물과 관계 맺기 등이 진행된다. 2주차는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로컬 디자인 페어 기획 과정으로 구성되며, 3주차는 ▲ 로컬 디자인 페어 준비 과정으로 참가자들에게 태백에 1주일 동안 머무르며 현장에서 기획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본 과정은 무료로 진행되며, 수료자에게는 8월 태백 로컬 디자인 페어에 객원 아티스트로 참여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1팀당 1개의 부스 공간을 지원하며, 최대 50만 원의 작품 활동비도 지원된다. 또한 아웃바운더 2기 수료증과 함께 향후 아웃바운더 수료자들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여 협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하생략)
원문보기 링크 :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7147
비커넥트랩의 믿음,
로컬의 지속가능성은
각 지역에 꼭 맞는 독립적인 수익모델
그리고 지역 경영 시스템으로부터
비커넥트랩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자면) 로컬 각각에 맞는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비커넥트랩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당연히 이와 닿아있다. 무한한 팽창과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를 외치는 기존의 경제 성장 방식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에 잠겼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과연 기존의 경제성장 방식으로
로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로컬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성장 방식이 필요하다'였다. 그리고 로컬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각 지역에 맞는 독립적인 수익모델과 경영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려면 당연히 로컬의 주체인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의 유형무형의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비커넥트랩이 이야기하는 '하이퍼 로컬 디벨로퍼'가 바로 이 개념이다. 아주 작은 단위의 로컬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그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그 지역에 최적화된 수익모델을 통해 지역을 경영하는 것. 우리는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이다.
같은 믿음으로
해외에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일구어내는
캠프아시아를 만나다!
캠프아시아는 사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분야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해외에 우리나라의 지원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자랑스러운 이름, KOICA(한국국제협력단, 이하 코이카)의 든든한 파트너이기도!
캠프아시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자리, 교육, 보건, 농업, 에너지 및 친환경 사업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국제개발협력 NGO>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 비커넥트랩과 같은 믿음을 가지고 이미 수많은 길을 걸어온 해외의 선배 같은 셈.
그러다 비커넥트랩이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의 해외탐방 과정을 함께 하게 되었고, 거기서 운명처럼 캠프아시아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국경을 넘어선
'로컬의 지속가능성'
이미 필리핀의 다바오 지역에서 민다나오 개발청과 USM(university of Southern Mindanao, 서던민다나오대학) 그리고 80인의 농부를 모아서 지속가능한 두리안 농장을 일궈내고 있는 사례를 알고 있었고, 이번 탐방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절로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함께 하지 않을 이유를 더 찾기 어려운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 상호업무협약을 맺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상호업무협약이나 MOU 같은 공식적인 말로는 다 표현 못할 마음이었다. 끈끈하고 듬직한 파트너가 생겼다고 표현하면 더 정확할 것!
앞으로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는 국제협력을 통해서 지역발전을 이뤄낸 사례를 알리고, 또 연구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지지와 협업이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차근히 함께 해나갈 예정이다.
그저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그곳에 필요하다면 병원과 의료진료시스템을 만들고, 봉제공장을 세우고 코로나가 닥쳤을 때는 방호용품을 직접 만들어 팔고, 달걀 2천 개를 팔기 위해 직접 집집마다 방문판매부터 하는 캠프아시아. (그 달걀이 반응이 좋아서 이제는 ORGA라는 유기농 매장까지 운영한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하는 캠프아시아임을 알기에. 비커넥트랩과 캠프아시아가 함께 만들어갈 수많은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우리의 진심을 담아) 기대해 본다.
원문보기 링크 : https://brunch.co.kr/@beeconnectlab/4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어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면
언제나 살면서 제일 걱정되는 건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본능과 닮은 염려와 걱정이다. 그러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보물이 무한리필되는 화수분 같은 환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건강한 의미로 정말로 먹고사는 걱정이 없다는 건, 돈 걱정도 할 일도 없이 그저 빈둥거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의미와 보람이 있는 노동과 적당한 풍요로움이 굳건하게 유지되는 것일 테다.
필리핀의 황금알,
열대과일을 낳던 거위는...
과일로 유명한 필리핀. 그중에서도 필리핀의 과일바구니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필리핀을 이루는 3개의 섬 중 하나인 민다나오섬의 '다바오', 필리핀 과일의 대부분은 다바오에서 난다.(우리나라 귤의 대부분이 제주도에서 나는 것처럼).
다바오는 적도에 놓여있어 햇볕이 엄청난데, 특히 두리안과 카카오가 잘 자란다. 열대과일은 환경만 맞으면 쑥쑥 자라는 거 아닌가 싶지만, 상황을 들여다보면 다바오 농부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리안을 가장 많이 수입해 가는 중국이 선호하는 두리안의 품종, '(두리안계의 에르메스라는) 무상킹'의 재배를 요구받기 때문이다. 큰 손의 요구는 언제나 그렇듯 맞서기 어렵다.
농부들은 잘 자라란 마음을 담아 질소비료를 계속 부어대지만, 땅이 안 맞는 것이 문제. 비싼 값에 팔린다는 무상킹 두리안에 기별이 있을 리 없다. 한 해 농사를 망치고 난 농부들은 먹고사는 걱정으로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다나오 개발청과
국제개발협력기구,
토양전문교수가 힘을 합치다
울상이던 농부들에게 '두고두고 먹고사는 걱정 없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라고 손 내미는 기회가 찾아왔다. 2009년 필리핀의 공공법으로 민다나오의 사회경제 개발을 위한 법안이 마련된 것. 이는 사회적 경제* 활동을 위한 민다나오 개발청의 본격 활동을 알리는 시작이 되었다.
* 사회적 경제라는 건 (쉽게 설명하면) 사회구성원들끼리 힘을 모아 사회적인 문제도 먹고사는 문제도 같이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단순 반복작업이 많아 기피하는 일자리에 노인고용을 통해 일도 진행시키고 노인 빈곤문제도 해결하는 식이다. 따듯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방식!
본격적인 변화는 2022년에서야 일어났는데, 그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캠프아시아'와 '닥터멜(Dr. Mel Chrisel A. Sales, 이하 멜박사님)'이 있다. 놀랍게도 캠프아시아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민간조직! 멜박사님은 필리핀의 열정 넘치는 농업교수님으로, USM(university of Southern Mindanao, 서던민다나오대학)의 농업연구개발센터를 이끄는 분이다.
그리고 그곳에
80명의 농부가 있었다
캠프아시아는 이 미래의 주역이 될 마을 사람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땅을 가진 농부들의 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앞으로 살아갈 땅의 미래를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미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이야기부터 나누었다.
이제 와서야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고. (낯선 이가 찾아와 현관문을 두드리며, 같이 미래를 바꿔보자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질소비료로 망가진 땅과 야속하리만큼 자라지 못하는 무상킹 두리안이 안긴 타격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민다나오 개발청과 캠프아시아, 닥터멜 그리고 80명의 농부를 똘똘 뭉치게 했다.
무조건 쉬운 방법일 것!
물, 꿀, 우유
그리고 버려진 코코넛 껍질
이 마음에 응답하기 위해 민다나오 개발청의 지원 아래 멜박사님과 USM 농업연구개발센터의 식구들은 온 마음을 다해 실험농장을 일구었다. 먼저 실험농장을 바둑판처럼 나누고, 어떤 땅에서 어떤 조건일 때 어떤 과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고 수확하기 좋은 경우의 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극적인 성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리안의 수확량 자체가 달라진 것. 이런 변화를 만든 방법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너무나도 쉽고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재료는 물, 우유, 꿀 그리고 코코넛껍질. 모두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고, 심지어 코코넛껍질은 필리핀 정부의 크나 큰 골칫거리란 사실!
멜박사님은 두리안 나무의 뿌리는 아래가 아닌 옆으로 자라는 점만 이해하면 이해가 쉽다고 했다. 그래서 나무 주변으로 크게 원을 그리고, 땅의 영양도 수분도 나무 밑동이 아닌 원 안의 땅 표면에 골고루 유지시키는 것이 핵심.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코코넛껍질인데, 코코넛껍질을 엎어 동글동글하게 뿌리 끝쪽에 덮어주면 물을 더 주지 않아도 흙이 촉촉하게 유지된다는 것. 정말 너무 간단해서 놀라울 정도!
이렇게 두리안 나무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 주면, 다음은 피어난 꽃들이 열매로 맺힐 수 있도록 할 차례. 물과 우유와 꿀을 섞어 발효시킨 액체를 나무에 골고루 뿌려주면, 나머지는 벌들의 몫이다.
'저도 같이 할래요'
두고두고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마을 만들기
이렇게 민다나오 개발청, USM, 캠프아시아, 민다나오의 80인의 농부들이 함께 하기로 한 '민다나오 두리안 농가 토양 채집 및 분석, 천연 비료를 위한 연구 활동 및 기술제공'이라는 약속(업무협약)은 빠르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맺어가고 있다.
가장 기쁜 건 건강하게 자라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두리안을 보고, '같이 해보고 싶다'라고 찾아오는 것. 농약과 비료 없이도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일상적인 재료만으로 참여 농가의 수익이 올라간 것이 입소문을 탄 것. 정직하고 쉬운 방법이 만든 기쁜 결과다.
앞으로 몇 명의 농부가 이 여정에 합류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건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마을은 환상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삶을 다 바꿀 정도의 혁신은 작게 시작해서 동심원처럼 번져가는 법. 다바오의 100명, 200명...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링크 : https://brunch.co.kr/@beeconnectlab/3
번아웃 워킹맘, 서울을 떠나 횡성에 살기로 결정하다
5도2촌, 러스틱라이프...
도시의 고단함이 낳은 트렌드
5도2촌. 러스틱 라이프. 한달살기. 로컬 브이로그.... 도시의 삶이 고단하고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들. 이렇게만 보면 로컬은 꽤 핫한 트렌드인 것 같지만 실제로 로컬로 훌쩍 떠나보는 삶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먹고 사는 문제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로컬이 해외의 어떤 도시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지는 마음의 거리 때문이다.
로컬로 이주를 결정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을까? 온라인커머스MD이자 워킹맘으로 살던 허유정님은 이 과정을 자기 확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사회생활 10년차의 번아웃과 새로운 도전이 부담스러웠던 그녀는 어떻게 횡성으로 떠날 수 있었는지 만나봤다.
8시 출근, 5시 퇴근,
다시 육아맘으로 출근하던 삶
허유정님이 횡성으로 이주를 결정했던 건 서울에서 사회생활 10년차에 접어들던 때였다. 온라인커머스MD로 농식품 판로지원사업을 5년간 진행했던 그녀. 정확히 말하자면 산지에서 제철 농수산물을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가 주요 업무 중 하나였다.
출산 3주전에도 옥천에서 복숭아를 팔고있을 정도로 워커홀릭이었던 그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는게 성취이자 만족인 그런 삶은 아이를 낳고는 소싱한 상품을 완판시키고, 아이 또한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행복했던 워킹맘으로 이어졌다.
번아웃이 온 엄마,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아이
허유정님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번아웃이 온 엄마와 건강이 약해진 아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는 코로나를 한 번 앓고나더니 호흡기가 약해져,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이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조금이라도 심하면 항생제 없이 생활이 힘들었다.
그녀에게도 안식처가 있었으니, 바로 KTX만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횡성. 시댁이 있는 횡성의 맑은 공기에 아이는 거짓말처럼 하루만에 약이 필요없을 정도로 나았다. 결국 이주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먹었어도 이주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른 채 막막한 시간만 흘렀다.
그때 우연히 알고리즘 덕분에(?)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바로 지원! 그리고 그 선택은 작년에 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라고 그녀는 두고 두고 말했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는
아웃바운더가 되기로 결심하다
아웃바운더 프로그램을 통해 횡성으로의 삶을 결심한 배경을 물으니, 한마디로 '자기확신'이란다. 프로그램 중 연사로 만난 젊은협업농장의 정민철 이사님의 한마디가 감명을 주었다고. 로컬에서의 안착에 실패하게 된다해도 그 과정이 '나만의 커리어이자,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공부와 경험이다'라는 말이 그것.
또 삶의 방향성은 같으면서도 직업과 상황이 다양한 사람들과 계획을 발표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며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아웃바운더 1기에 합류하며 생긴 다른 변화는 바로 '자신감'. 사회생활 10년차, 무언가 도전하는게 두렵기도 하고 주말 중 하루를 온전히 내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게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고 프로그램 내에서 '최고성장상'까지 수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7도7촌
서울과 횡성을 오가는 삶
지금은 횡성으로의 이주를 준비하는 계획으로 7도 7촌의 삶을 지내고 있다는 그녀. 아웃바운더 과제 중 하나인 현장탐방을 위해 원래 업무로 알고지내던 지인의 추천과 소개로 횡성의 공무원분을 미리 만난 것이 도움이 컸다고 한다. 횡성에서 취직하면 좋을만한 회사를 추천받기도 하고, 지역주민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질적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그렇지만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4박5일로 찾던 횡성과 이주를 위해 찾은 횡성은 장단점이 명확히 달랐다. 고령화가 빠르고 아이의 또래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것. 자주가던 지역 내 카페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며, 횡성에는 자녀 교육에 많은 혜택이 있다는 걸 알고는 그래도 안심이 좀 되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운전면허 따기! 그녀의 시댁이 있는 청일면은 횡성에서도 외진 곳으로, 마을버스가 하루 3번에 오고 배달음식도 기대할 수 없는 곳. 하지만 도시의 편리함이 차지하던 자리를 비우니,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고 마음의 여유가 자리잡힘을 느껴가는 요즘이 행복하다 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중이다. 오후면
그리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중이다. 오후면 게이트볼장에 아이와 나가서 동네 할아버지들과 공도 치고,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온 딸기를 함께 나눠먹기도 하는 일상. 길을 지나다 마주치는 모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와 함께 들르는 가게마다 뭐라도 하나 더 얹어주는 인심을 느끼는 순간들.
그리고 지금은 길가의 트랙터와 지게차가 놀이터가 되고, 여느 교육보다 자연과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이 삶이 아이에게도 사회를 배우는 진짜 교육임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란다.
육아 때문에 힘들었지만,
육아 덕분에 가능한 삶을 찾다
그녀는 횡성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렸다. 횡성의 삶은 아이를 키우는 허유정님에게 정말 필요한 마을 그 자체였기 때문. 하지만 하나 둘 없어져가는 학교를 보며 이제는 한 마을을 키우려면 온 아이가 필요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단다.
또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만큼, 어떻게 살아갈지 '삶의 지향점'이 명확해야 삶이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예전엔 육아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지금은 육아 덕분에 가능한 삶을 꿈꾸며 함께 행복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내 일(Job)과 내일(Tomorrow)을 기획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원문보기 링크 : https://brunch.co.kr/@beeconnectla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