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지속 가능한 로컬비즈니스의 새로운 미래, 마을호텔 / 마을호텔 현장 탐방기 (비커넥트랩 업데이트 26.05.19)

비커넥트랩은 지난 4개월동안 한국형 지역부흥협력대 '로컬체인지메이커' 정책을 제안하며 '정책기업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 하나하나를, 정책의 언어로 번역하고 검증하며 청년과 지역을 잇는 정책을 제안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강진 지사를 거점으로 두번째 현장 의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비커넥트랩이 강진에 지사를 열고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마을호텔'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주, 정선, 목포의 현장을 돌며 저희는 같은 질문을 마주했죠. 왜 분명히 가능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현장에서는 제도의 벽에 부딪히고 있을까.


이번 글은 정책기업가로서 새로운 연장선에 있습니다. 마을호텔이 왜 단순한 숙박업이 아닌지, 왜 '지역관리회사'라는 운영 주체가 필요한지, 그리고 왜 이것이 지역소멸 시대의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하는지. 목포 괜찮아 마을의 사례를 통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호텔을 짓는 일이 아닌
지역을 호텔로 만드는 일



지역을 살리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청년을 불러와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관광객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죠. 또 누군가는 대기업 호텔이나 리조트를 유치해야 지역 경제가 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대형 자본은 쉽게 지역으로 오지 않습니다. 수익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죠.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인구가 줄고 관광 수요가 불안정한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역은 계속 기다려야 할까요.



언젠가 대기업 호텔이 들어오기를
언젠가 관광객이 몰려오기를
언젠가 청년들이 정착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목포 원도심에서 시작된 ‘마을호텔’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입니다.

마을호텔은 거대한 호텔 건물을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닙니다.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숙소, 빈집, 여관, 게스트하우스, 골목의 자원들을 하나로 엮어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마을호텔의 개념



마을호텔은 단순 숙박만 파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의 시간을 팝니다. 객실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과 사람과 콘텐츠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안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여행객은 방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예약합니다.




우리가 어떤 지역의 숙소를 예약할 때, 정말 그 방에서 잠만 자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목포에 간다면 목포의 바다와 골목을 보고 싶어서 갑니다. 강진에 간다면 강진의 풍경과 사람, 음식과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서 가죠. 숙소는 여행의 일부일 뿐, 여행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동안 많은 지역 숙박업은 '방을 파는 일'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객실을 등록하고, 예약을 받고, 손님을 맞이하고, 청소를 하는 일. 물론 이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행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단지 깨끗한 침대 하나가 아닌, 그 지역에서 보낸 하루가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을호텔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숙박을 파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여행을 팔 수는 없을까?” 



마을호텔은 개별 숙소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여행의 나머지 부분을 함께 구성합니다. 지역 투어를 만들고, 식당과 가게를 연결하고, 골목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여러 숙소를 하나의 브랜드로 묶습니다. 이때 숙소는 더 이상 고립된 객실이 아닙니다. 마을 전체를 경험하기 위한 입구가 됩니다.




목포 원도심에는
이미 ‘거대한 호텔’이 있었습니다.




목포 원도심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곳에 이미 엄청난 숙박 인프라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포역에서 걸어서 15분 안팎의 거리에는 작은 숙소와 빈집, 오래된 여관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작은 숙소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모두 합치면 약 1,000개에 가까운 객실이 됩니다.


이는 웬만한 대형 호텔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신라호텔 객실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죠.

하지만 이 객실들은 하나의 호텔처럼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각 숙소는 따로 운영되고, 따로 홍보하고, 따로 고객을 응대했죠. 사장님들은 직접 청소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시설을 관리하느라 하루를 보냈습니다. 통합 마케팅, 단체 세일즈, 외국인 관광객 유치, 고객 데이터 관리 같은 일은 개별 숙소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괜찮아마을은 여기서 다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IMG_2731 (1).HEIC목포 현장 답사, 괜찮아 마을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홍동우 대표님




새 건물을 짓는 대신
이미 있는 객실을 연결한다.
소유하는 대신, 플랫폼이 된다.
각자의 숙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렇게 탄생한 모델이 목포 원도심의 '유달산 밤호텔'입니다. 각각의 숙소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마을호텔이 되는 방식이죠.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연결'입니다. 1,000개의 객실이 있어도 따로 흩어져 있으면 경쟁력이 약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예약·마케팅 구조,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묶이면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가 됩니다.





문제는 주말이 아니라 평일



지역 숙박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주말 장사가 아닙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방이 찹니다. 문제는 평일이죠.

대부분의 지역 숙소는 주말에는 손님이 몰리고, 평일에는 객실이 비어 있습니다. 수익이 일정하지 않으니 시설에 재투자하기 어렵고, 인력을 고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숙소는 유지되지만 성장하지 못하죠.


대형 호텔은 이 문제를 다르게 해결합니다. 주말에는 개인 여행객을 받고, 평일에는 기업 연수, 회의, 컨벤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죠. 이른바 MICE 수요와 인바운드 단체 수요가 평일 객실을 채워줍니다.

그렇다면 지역의 작은 숙소들도 이런 방식으로 평일 수요를 만들 수 없을까요?


개별 숙소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1,000개 객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을호텔은 단순히 주말 여행객을 기다리는 모델이 아닙니다. 평일에 지역으로 올 수 있는 단체, 기업, 기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식사·이동·콘텐츠를 패키지로 구성하는 모델입니다.



마을호텔의 핵심은
빈방을 채우는 일이 아닌
지역의 비어있는
시간을 채우는 일입니다.





마을호텔은 숙박업이 아니라
지역 운영업에 가깝다.


마을호텔이 기존 숙박업과 다른 점은 운영의 범위에 있습니다. 일반 숙박업은 객실을 관리합니다. 마을호텔은 지역 경험을 관리하죠. 숙소만이 아니라 식당, 카페, 투어, 골목, 이동, 결제, 데이터까지 연결합니다.



여행객이 지역에서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먹고, 어디를 걷고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는 것


예를 들어 목포에서는 야경 투어, 다크 투어, 지역의 역사와 골목을 엮은 콘텐츠가 숙박과 결합될 수 있습니다. 세월호의 기억, 일제강점기의 흔적, 5·18 민주화운동과 연결된 공간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의 시간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죠. 이런 콘텐츠는 여행객에게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에 지역에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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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마을 여행 투어상품 '목포 다크 투어' Ⓒ괜찮아마을 홈페이지


중요한 것은 '지역다운 경험'입니다. 어디에나 있는 호텔, 어디에나 있는 관광 상품으로는 지역을 선택할 이유가 약합니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와 동선, 사람과 만남이 결합되면 여행의 이유가 생기죠.

마을호텔은 바로 이 지점을 비즈니스로 바꾸는 시도입니다.





작은 숙소 사장님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연대다 




지역의 소규모 숙박업자는 대형 호텔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 파워도 약하고, 마케팅 예산도 부족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고객 관리 시스템도 부족하고, 외국어 응대나 단체 세일즈도 쉽지 않고, 시설 보수나 비품 구매도 개별적으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마을호텔에는 중간 조직이 필요합니다.



개별 숙소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괜찮아마을의 사례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것을 강한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모든 숙소의 간판을 통일하고, 운영 방식을 강제하고, 기존 예약 채널을 막는 방식이 아닙니다. 각 숙소의 독립성은 유지합니다. 대신 함께할 때 유리한 영역을 공동으로 해결하죠.


공동 마케팅, 공동 세일즈, 단체 유치, 비품 공동 구매, 고객 응대, 브랜딩, 콘텐츠 개발 등을 플랫폼이 담당합니다. 숙소 사장님들은 자신이 잘하는 일, 즉 손님을 맞이하고 공간을 관리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조직 방식도 무겁지 않습니다. 높은 출자금을 요구하는 회사나 협동조합이 아니라, 월 2만 원 수준의 회비로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 형태로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하죠.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협력은 거창한 조직도보다 낮은 진입 장벽에서 출발할 때가 많습니다.



느슨하지만 꾸준한 연대
바로 그것이
마을호텔의 운영 기반이 됩니다.




그러나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마을호텔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현실에는 큰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법과 제도입니다.

현재의 숙박업 제도는 마을호텔과 같은 모델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합니다. 특히 도시 원도심의 빈집이나 소규모 숙소를 활용하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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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지역에서는 '농어촌 민박업'으로 내국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포처럼 행정구역상 '동'으로 구성된 도시 지역에서는 농어촌 민박업 적용이 어렵습니다. 도심에서 가능한 제도는 '외국인 도시 민박업'인데, 이름 그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용되기에 정작 국내 여행객을 받기 어렵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게다가 원도심의 오래된 주택이나 여관을 활용하려면 주차장 확보, 실거주 의무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가 걸림돌이 됩니다. 좁은 골목에 있는 오래된 집에 현대식 주차장 기준을 적용하면,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제도적 한계는 단지 사업자의 불편이 아닙니다. 지역의 빈집을 활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원도심의 자원을 방치하게 만들며, 새로운 로컬 비즈니스의 등장을 막는 장벽입니다.





지역관리회사라는 해법


그렇다고 무조건 규제를 풀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존 모텔, 호텔, 숙박업계와의 갈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 기준 없이 소규모 숙박을 허용하면 기존 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죠. 안전, 위생, 세금, 고객 보호 문제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역관리회사' 중심의 제도 설계입니다. 개별 숙소가 각자 복잡한 허가와 운영을 감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지역관리회사가 여러 숙소를 묶어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죠.


지역관리회사는 숙소의 품질, 고객 응대, 안전, 예약, 정산, 콘텐츠, 지역 연계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합니다. 개별 숙소는 이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운영 구조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기존 숙박업계와의 충돌도 줄일 수 있습니다. 무분별한 난립이 아니라, 일정 기준을 통과한 운영 주체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죠.



지역관리회사는 단순한 위탁 운영사가 아닌
지역의 숙박, 상권, 콘텐츠
관광 데이터를 연결하는
로컬 비즈니스의 운영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정책은 없는 시장을 만듭니다.


좋은 정책은 단순히 예산을 나눠주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듭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생기기 전에는 지금과 같은 지역 기부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생기자 지역으로 돈이 흐르는 새로운 통로가 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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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호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제도가 없어서 불법과 편법 사이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제도가 제대로 설계되면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숙소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빈집과 오래된 여관은 새로운 체류 공간이 될 수 있고, 지역의 작은 가게들은 여행객의 소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호텔 특별법이나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먼저 실험하고, 안전과 품질 기준을 만들고, 지역관리회사 중심의 운영 모델을 검증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숙박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역의 유휴 자원을 경제 자산으로 바꾸는 일이죠. 그리고 쇠퇴한 원도심을 체류형 관광지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지역 주민과 청년, 소상공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로컬 시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마을호텔은 지역소멸 시대의 생존 전략


지역소멸은 추상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빈집이 늘고, 골목이 비고, 가게가 문을 닫고, 청년이 떠나는 현실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늘 외부의 큰 무언가를 기다려왔습니다. 대기업 투자, 대형 관광단지, 대규모 개발, 정부 예산-.


물론 그런 방식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대형 개발로 살아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지역에는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다시 엮어내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 수 있죠. 마을호텔은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천 개의 객실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천 개의 객실을 연결한다. 



새로운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잊힌 골목의 이야기를 여행의 이유로 바꿉니다. 개별 숙소의 한계를 플랫폼으로 보완하고, 지역의 빈 시간을 평일 수요로 채우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역 주민과 민간 주체가 함께 만들어갑니다.


마을호텔은 단순한 숙박 사업이 아닙니다. 지역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역소멸 시대에 우리가 더 진지하게 실험해야 할 로컬 비즈니스의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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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마을에서 홍동우 대표님과 비커넥트랩 팀원들 / 인터뷰에 응해주신 홍동우 대표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원문보기 링크 : https://brunch.co.kr/@beeconnectlab/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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