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여대 인터뷰 매거진 [커니클] : 비커넥트랩 정홍래 대표 인터뷰 "완벽한 확신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시도였습니다"

확신이 없으면, 아직 가지 말아야 할까?
가보면서 기준을 만들어온 비커넥트랩의 이야기


우리는 진로 선택을 앞둔 대학생이다. 아직 사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이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매일 우리의 일상을 따라다닌다. 요즘 우리는 자주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 선택이 나에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자니 불안하다. 남들이 정해준 기준 말고, 나만의 기준으로 진로와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싶은데, 정작 그 '나만의 기준'이 무엇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한 기업을 만나보기로 했다. 확신을 앞세워 빠르게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아니라, 지역이라는 복잡한 현장에서 오래 머물며 수많은 선택을 반복해온 기업을. 우리가 던지고 싶은 질문을 이미 현장에서 먼저 부딪혀본 곳이라면 그 답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우리는 '비커넥트랩'을 만나보았다.

116c28bb98428.png

정홍래 대표님은 비커넥트랩을 이렇게 소개했다. “비커넥트랩은, 쉽게 말하면 민간 지역 연구소입니다. 현장 연구를 기반으로 지역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합니다.” 비커넥트랩의 연구 지역은 주로 비수도권이다. 


이곳은 지역을 하나의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각기 다른 환경과 맥락을 지닌 서로 다른 공간으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처음 던진 질문은 '로컬다움'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지역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기보다, '기준은 어디에서 만들어져야 하나요?'에 더 가까웠다. 지역 기반 프로젝트가 진정으로 로컬다움을 가지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었다. 대표님의 답은 명확했다. 


“지역에는 각자 고유성이 있습니다. 줄 세워서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환경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쌓아온 자산도 다르죠. 그래서 하나의 기조를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하려 하기보다, 각 지역의 고유성에 맞는 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유성을 잘 찾으면, 모두가 일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d12132076c88a.jpeg

대표님은 이렇게 예를 들어 설명했다. 자연 자산이 풍부한 곳은 제주, 역사 자산이 두텁게 쌓인 곳은 경주처럼, 각 지역에는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고유한 자산과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이 많아야 한다”거나 “산업이 있어야 한다”는 외부의 기준을 들이대어 제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식의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현장의 맥락과 어긋날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그런 고유성의 신호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대표님은 가장 먼저 '사람'을 이야기했다. 


“지역 주민들,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많이 인터뷰합니다. 
특히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공동체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게 시작이에요." 


ce45caaa19f07.jpg

꼭 단체장이나 큰 기업가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역에 애정이 있고, '우리 지역에는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한 명을 찾으면, 그를 중심으로 지역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속도'에 대한 궁금증도 떠올렸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지 않느냐고 묻자, 대표님은 웃으며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쯤 성과가 나올까요?" “이 정도 시간이면 변화가 보여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대표님이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은 달랐다. 사람들을 한 번 더 만나고,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듣고, 왜 이게 중요한지 서로 설명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외부의 기준으로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걸 현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경험을 설명하며 대표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빨리 가고 싶어해요. 하지만 현장은 그곳만의 속도가 있거든요. 이를 무시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9692314ebb15e.jpeg


이 지점에서 대표님의 기준은 달라졌다고 했다. ‘언제 결과를 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우리가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로. 그 이후 비커넥트랩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도 바뀌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 안에는 이미 누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비커넥트랩은 새로운 사업을 설계하기보다, 이미 지역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과 작은 시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선택해왔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방식이 결국 지속성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표님은 사회 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돈보다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부의 사람을 키우고, 외부의 청년들이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터뷰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질문을 대표님 개인의 이야기로 옮겼다. 

“대표님은 어떻게 자신의 고유성을 찾으셨나요?" 




대표님은 이런 비유를 들려주었다. 

“김치찌개를 한 번 먹어보고 내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레시피가 백 개도 넘잖아요." 고유성을 찾으려면 많이 해보고, 그 경험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서사가 되기에, 너무 이른 결론을 정해두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처음에 품었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확신이 없으면, 아직 가지 말아야 할까? 비커넥트랩의 이야기는 확신이 있어서 나아가는 길만이 아니라, 가보면서 기준을 만들어가는 선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유성은 어딘가에 정답처럼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보고, 어긋나고, 다시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커넥트랩이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기준을 만들어왔던 것처럼, 우리의 진로와 삶 역시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 본다. 확신이 없어서 멈추는 대신, 가보면서 기준을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인터뷰 원문
fc0779d1e1acc.png


원문보기 링크 : https://www.instagram.com/p/DVzheu-gTIm/?hl=ko&img_index=1




SNS HERE!